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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껌 파는 노인, 줄 서는 사람들 그리고 나 

몸이 달랐다. 8월 말즘 밥을 먹을 때면 자주 메슥거리고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 

건강에 대한 염려가 시작되었다. 

지난 해에도, 갑작스러움 질병공포때문에 몇달을 고생했다. 

그냥 배가 아픈 것인데, 생각의 속도는 몸보다 빠르게 먼 미래로 달려갔고 감당할 수 없는 날들이었다. 

초음파 검사, 피검사, 알레르기 검사를 하고 나서 아무이상 없다는 결과를 듣고서야 멀쩡해졌다. 

이번에 찾아온 두려움은 죽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지금 너무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죽으면 어떻게하지?라는 공포감이 매일 계속되었다. 별일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이렇게 작은 신호들을 놓쳐버려 병을 키우게 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매일 오르락 내리락 했다. 

제민이 맛있게 끓여 준 두부국을 먹다가도 갑자기 숫가락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먹지못했다. 

이런 두려움으로 가득찬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지나면서 

죽음에 대해서 더 곱씹게 되었다. 

퇴근 시간 강남역에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갈까 ? 무엇을 믿고 여전히 살아가는 것일까? 

사당역 환승계단에 이가 다빠진 할머니가 껌 몇개를 늘어놓고 파는 모습을 보면서, 젊고 똑똑하고 맑은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데... 왜 이 할머니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을까? 인생의 섭리가 효율성, 생산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핵심이 있다.  

이 많은 사람들...죽음을 곁에 두고 살면서도 생의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느낌. 

 

그래, 죽을 때 죽더라도 결국 끝까지 살다가 죽음을 맞이해야지 다짐한다.  

죽음을 받아놓고, 죽음을 기다리면서 생이 희미하게 스러지지 않게. 

원하는 것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살고 싶은 곳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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