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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같은 일상

kawai 피아노를 보내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7. 11. 12:11

2019년 7월 11일 

낯선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약속된 일이었는데, 너무 갑자기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9살때, 아빠가 사주신 피아노. 

당시 업라이트피아노를 사줄 형편은 더더욱 아니었기에 아빠의 최선이자 나의 차선인 전자피아노를 들였다. 

아빠 이발소에 찾아온 어느 곱슬머리 손님이 팔고 가신 것인데, 처음에 들어오던 날 잊지 못하겠다.

이 피아노는 kawai MR270 모델이다. 당시 흔했던 전자피아노와 달리 건반이 실제 피아노처럼 꽉 차 있어서 터치감도 좋았고, 페달도 2개였다. 키, 볼륨, 소리를 선택할 수 있는 직관적인 버튼이 있는 나의 첫 그리고 마지막 피아노.  

당시 피아노학원 선생님은 '전자'피아노라는 말에 크게 실망하시며, 키를 누르는 손가락 힘이 약해질 것이라 우려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피아노를 칠때면 정말 손가락이 부숴져라 꽝꽝 쳐댔다. 

그 이후로 아빠는 자주 올갠으로 찬송가를 연주해주시기를 원하셨지만, 체르니100번을 마치지 못한 나에게는 어려운 요구였다. 아주 가끔 큰언니가 연주해주던 기억은 있다.

생활이 바빠지고 관심에서 멀어진 이 피아노는 시간이 흘러 잠깐 조카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으나, 흥미로운 것이 너무나 많은 요즘 세상에서 그 호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뭐랄까 이대로 보내기가 너무 아쉽다. 

아 마음이.. 장마끝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것처럼 미련이 남고 아쉽고 듬성듬성하고 그렇다. 

잘 가라는 인사도 못하고...

잘 고쳐져서 예쁨받기를 바란다. 

멋진 연주가 아니더라도, 혼자 때로는 함께의 시간을 함께 지나가는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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